지난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오재원을 마약류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오재원이 마약 관련 조사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일에도 함께 있던 여성의 신고로 마약 간이 시약 검사를 받았고, 당시에는 음성이 나왔다. 오재원도 혐의를 강하게 부정했다. 하지만 경찰은 오재원의 마약 투약 단서를 추가로 확보. 체포영장을 발부해 오재원의 신병을 확보했다.
오재원은 현역 시절 ‘투지의 아이콘’이었다. 야탑고-경희대 출신인 오재원은 2003년 2차 9라운드 전체 72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고,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두산의 2루수로 활약하며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2016년 통합 우승, 2018년 정규시즌 우승, 2019년 통합 우승의 영광을 함께 누렸다.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일원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5년 프리미어12에서는 일본을 무너뜨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워 ‘오열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야구 커리어만 두고 보면, 오재원은 남부럽지 않은 선수 생활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오재원은 은퇴 후 자주 구설에 올랐다. 먼저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저격해 논란을 자초했다. 한 매체와 인터뷰에 나선 오재원은 “나는 코리안 특급이 너무 싫다. 전 국민이 새벽에 일어나 응원했던 마음에 대한 감사함을 전혀 모른다”는 발언을 했다. 박찬호가 국가대표팀 중계 방송을 할 때 후배들에게 따끔한 지적을 하자, 오재원이 이를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오재원은 “박찬호가 해설을 하면서 바보로 만든 선수들이 많다. 책임은 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호는 오재원의 주장에 반박을 하지 않았지만, 오재원의 주장은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오재원은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면서도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았다. NC 다이노스의 지원을 받는 야구 꿈나무들에게도 “두산이나 LG 같은 서울 팀에서 뛰었으면 한다”고 말해 팬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해설위원이지만 사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삼성 라이온즈 양창섭이 SSG 랜더스 최정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졌을 때도 “대놓고 때렸다. 이런 상황이 가장 싫다. 양창섭은 고의로 공을 던졌기 때문에 사과할 필요도 없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또 SNS에서 양창섭을 저격하기도 했다. 오재원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보여주며 “양창섭 미래처럼 주룩주룩 내린다”고 비하했고, 돌멩이를 보며 “이거로 던져도 양창섭보다 잘 던지겠다”며 조롱을 이어갔다. 라이브 방송에서는 프리미어12 우승 반지를 가리키며 “창섭아, 이게 야구 선수다”며 “나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받쳤다”며 양창섭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오재원의 양창섭을 향한 발언은 야구계에서 큰 이슈가 됐고, 삼성 포수 강민호가 직접 중재에 나섰다. 오재원과 양창섭이 화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려 했다. 하지만 오재원이 삼성 더그아웃에 방문하지 않아, 갈등은 끝내 봉합되지 않았다.
가벼운 언행으로 구설에 올랐던 오재원. 이번에는 사태가 심각하다. 마약 투약 사실이 알려져 오재원을 향한 팬들의 비판 여론도 다시 들끓고 있다. 프로야구 출신 선수가 도박 혹은 폭행, 음주운전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경우는 많았지만 마약 투약 혐의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 만약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된다 하더라도, 오재원의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에는 야구 아카데미를 차렸던 오재원이다. 어린 선수들과 일반인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는 지도자로 변신했다. 하지만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아카데미 운영에도 큰 차질이 발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