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 인종차별을 당한 황희찬이 공식 입장을 내놨다. 17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공식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을 통해 “인종차별은 스포츠와 삶 모든 측면에서 용납할 수 없다. 참을 수 없다. (코모전) 그 일이 있었을 때, 우리 팀 코칭 스태프와 팀 동료들은 필요하면 경기장을 떠나도 좋다고 나에게 말했고 계속 내 컨디션을 확인했다”며 “다시 한 번 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난 계속 경기를 뛰고 싶었고 경기장에서 해야 할 일을 했다. 응원을 보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 어떠한 인종차별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황희찬은 2023-2024시즌이 끝난 뒤 국내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과 예능 방송에 출연하는 등 짧은 휴식을 취했다. 이후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준비를 위해 영국에 돌아갔다.
울버햄튼에 합류해 프리시즌 일정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영국 공영방송 ‘BBC’ 등 주요 매체들에 따르면, 울버햄튼이 이탈리아 세리에A 승격 팀 코모와 친선전을 하던 중 인종차별 사건이 터졌다.
황희찬은 코모전에 선발 출전해 후반전까지 뛰고 있었다. 경기 도중 황희찬은 상대 수비수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들었다. 곁에 있던 다니엘 포덴세가 황희찬을 향한 인종차별 발언을 듣자 분노해 주먹질을 했다. 포덴세는 곧바로 퇴장당했다.
경기 후 울버햄튼 게리 오닐 감독에게 조금 더 자세한 정황을 들을 수 있었다. 오닐 감독은 포스트 매치 인터뷰에서 “황희찬이 경기 도중 상대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다. 우리는 황희찬에게 다가가 경기를 쉴 것인지 뛸 것인지 물어봤다. 황희찬은 (상대의 인종차별에)낙담했지만 계속 경기를 뛰었고 팀을 위해 헌신했다. 난 황희찬이 자랑스럽다. 우리는 황희찬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울버햄튼과 오닐 감독은 코모 측에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며 인종차별에 항의했다. 해당 일이 일어난 뒤 울버햄튼은 공식적으로 “코모전에서 일어난 일을 파악해 유럽축구연맹(UEFA)에 공식적으로 항의하려고 한다. 어떠한 인종차별도 용납할 수 없다”라고 분노했다. 오닐 감독도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 지금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그것으로 인해 경기를 망쳤다는 게 실망스럽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작 코모 측은 적반하장이다. 코모는 울버햄튼의 항의에 “인종차별을 용납하지도 않고 강력하게 비난한다”라면서 “울버햄튼 동료들이 황희찬을 차니라고 하길래 우리도 재키 찬(홍콩 액션 스타)이라고 불렀다. 인종차별 문제에 있는 수비수와 진위여부 파악을 위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건 직후 동료에게 ‘그냥 무시해, 황희찬은 스스로 재키 찬이라고 생각해’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가 긴 이야기를 한 결과, 울버햄튼 동료들이 황희찬을 차니로 부른 것과 관련이 있었다. 일부 울버햄튼 선수들의 반응으로 이 사건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라고 반박했다.
울버햄튼이 유럽축구연맹(UEFA)에 공식적으로 항의를 하겠다고 했지만 유럽축구연맹(UEFA)은 한 발 물러서는 입장이다. 이들은 “축구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을 포함해 모든 차별가 혐오는 우리의 우선순위에 있다. 하지만 UEFA 징계 위원회는 UEFA 대회에서 일어난 일만 조치를 할 수 있다”이라며 프리시즌에 일어난 일은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알렸다.
황희찬은 3년 전 울버햄튼에 임대로 합류해 팀 내 주전급 전력으로 도약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로 떠나 주전 경쟁에 실패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치를 증명했다. 알토란 활약에 울버햄튼 반 시즌 만에 완전 이적에 성공했고 최근엔 2028년까지 재계약을 체결했다.
연봉도 순식간에 뛰어올랐다. 이적 시장 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 기자에 따르면 팀 내 최고 연봉 선수들과 동등한 수준의 금액으로 계약했다는 후문이다. 팀 내 최고 주급 선수는 파블로 사라비아의 9만 파운드다. 황희찬은 이전에 3만 파운드를 받았다.
울버햄튼의 맷 홉스 스포츠 디렉터도 “황희찬은 구단을 위해 모든 걸 쏟았다. 팬들은 이제 그가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활약에 감사하고 있다. 황희찬은 골을 넣고 있다. 오닐 감독의 팀에는 그게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런 결정을 하는 데 경기력이 항상 중요하다. 하지만 황희찬은 이 팀을 사랑하고 팬들에게도 애정을 품는다. 이런 태도가 우리와 정말 잘 어울린다”라고 밝혔다.
1년 연장 옵션도 포함됐다. 최대 2029년까지 울버햄튼에서 생활이 가능하다. 울버햄튼 주전을 넘어 간판스타가 된 황희찬으로선 굳이 프리미어리그보다 레벨이 떨어지는 프랑스 리그앙으로 갈 필요가 없다.
로이스 오닐 울버햄튼 감독은 황희찬에 대한 믿음이 크다. 그는 “만약 황희찬이 계속 뛰고 그가 했던 것처럼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가 15골에서 20골 정도를 넘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며 “프리미어리그는 어렵다. 해외에서 온 선수들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희찬의 인성까지 높게 봤다. “황희찬은 재계약 과정 협상에서 도움을 줬던 나와 스태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겠다고 찾아왔다. 황희찬이 어떤 사람인지, 우리 팀에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라고 말했다.
잦은 근육 부상에 고민이 많았지만, 2023-24시즌엔 철저한 부상 관리와 측면에서 최전방으로 옮긴 포지션이 맞물려 장점이 폭발했다. 프리미어리그 3번째 시즌에 29경기 12골 3도움으로 커리어 첫 프리미어리그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기록, 울버햄튼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리그컵 득점까지 포함하면, 공식전 13골 3도움을 올렸다. 울버햄튼 에이스로 활약하며 주가를 높였다.
축구통계업체 ‘후스코어드닷컴’ 통계에서도 입증됐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보다 0.48점이나 뛴 6.79점을 받았는데 올시즌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필 포든(맨체스터 시티), 카이 하베르츠(아스널), 히샤를리송(토트넘) 등을 제치며 존재감을 보였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준척급 활약 때문인지 프랑스 리그앙과 연결됐다. 프랑스 매체 ‘레퀴프’는 지난 5일 “마르세유의 이번 여름 영입 선수 리스트에 황희찬이 들어가 있다. 로베르토 데 제르비 마르세유 감독도 황희찬 영입을 승인했다”며 “황희찬은 마르세유 공격 강화에 힘을 보탤 수 있다. 마르세유 구단 수뇌부가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감독은 물론이고 구단 고위직들이 모두 황희찬을 영입을 바란다. ‘레퀴프’는 “구단과 사령탑이 만장일치로 황희찬의 영입에 찬성했다. 황희찬은 메이슨 그린우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마르세유 구단 경영진으로부터 인정받았다. 브라이튼 사령탑을 지냈던 데 제르비 감독도 황희찬의 강렬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여러 차례 경기를 통해 데 제르비 감독의 검증을 받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