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팬들이 분노의 야유를 보냈다. 다저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가 자칫 큰 부상으로 이탈할 뻔했기 때문. 오타니는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경기에서 1-1로 맞선 8회말 선두타자로 나섰다가 사구로 다칠 뻔했다. 오타니는 볼카운트 2-1에서 탬파베이 좌완 리차드 러브레이디의 시속 92마일(약 148㎞)짜리 싱커에 반응해 배트를 내다가 공에 왼 손목을 맞았다. 오타니는 맞자마자 왼 손목을 꽉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하면서 1루 쪽으로 쭉 뛰어갔다.
다저스 팬들은 순간 무키 베츠의 악몽을 떠올렸다. 올 시즌 베츠가 오타니처럼 사구에 왼손이 골절되는 바람에 2개월 가까이 전력에서 이탈했었기 때문. 가을야구가 임박한 시점에 MVP 시즌을 보내고 있는 오타니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면 베츠가 이탈했을 때보다 더 큰 손해를 볼 게 뻔했다. 다저스 팬들이 일제히 러브레이디를 향해 야유를 보낸 까닭이다.
다행히 오타니는 참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타니는 트레이너에게 뛸 수 있다는 사인을 보내고 그라운드에 남았다. 오타니는 다음 타자 베츠의 좌월 투런포에 힘입어 득점하면서 3-1 승리에 기여했다.
다저스는 오타니가 더그아웃에 들어온 뒤 X-레이 검진을 진행했다. 검진 결과 이상이 없어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뒤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오타니는 괜찮다고 한다. 구단에서 X-레이 검진을 진행한 것 같은데, 음성이라고 들었다. 그는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베츠의 부상을 떠올리며 잠시 로버츠 감독은 최악의 상상을 했었다고. 다저스는 현재 포스트시즌까지 5주를 남겨둔 가운데 정규시즌 31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오타니가 만약 손목 골절상을 입었다면,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에 치명상을 입힐 뻔했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가 공에 맞았을 때) 진짜 무서웠다. 그럴 때면 항상 숨이 멎는 느낌이다. 우리는 이미 몇 달 전에 베츠의 부상을 경험했다. 그리고 오타니에게도 공이 날아들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공이 오타니의 팔뚝에 맞았다. 하지만 올해의 4~6주가 남은 시점에서 손에 있는 작은 뼈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해야 했다면, 정말 무서운 일이었을 것”이라며 MVP 타자가 큰 부상을 피해 감사해했다.
오타니는 올해 한번 더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팔꿈치 수술 여파로 올해는 투타 겸업을 쉬어 가지만, 대신 타석에 집중하면서 MVP 시즌을 보내고 있다. 128경기에서 타율 0.292(507타수 148안타), 41홈런, 94타점, 40도루, OPS 0.993을 기록하면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이끌고 있다. 다저스는 26일 현재 시즌 성적 78승53패 승률 0.595를 기록해 2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3경기차로 앞서 있다.
오타니는 지난 24일 탬파베이와 홈경기에서 도루와 홈런을 하나씩 더해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거 최초로 40홈런-4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시즌 40호 홈런은 3-3으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에 끝내기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해 더더욱 만화 같았다.
앞서 메이저리그에서 40-40 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1988년 호세 칸세코(42홈런-40도루), 1996년 배리 본즈(42홈런-40도루), 1998년 알렉스 로드리게스(42홈런-46도루), 2006년 알폰소 소리아노(46홈런-41도루), 2023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41홈런-73도루)가 있었다. 이로써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역대 6번째로 40-40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아울러 오타니는 126경기 만에 40-40 대기록을 달성하면서 역대 최소 경기 신기록까지 품에 안았다. 이제 오타니는 전인미답의 고지인 50-50 클럽에도 도전한다. 대기록을 작성한 지 이틀 만에 부상 위기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지만, 오타니는 다시 건강하게 역사적 시즌을 향해 나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