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괴물 투수’ ‘사사키 로키(23·지바 롯데 마린스)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대한 군불을 떼고 있어 팬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출신으로 1978년 신인왕을 차지한 좌완 투수였던 스미 미츠오는 지난 28일 히로시마 도요카프 외야수 출신 다카하시 요시히코가 운영하는 방송에 나와 사사키에 대한 비판을 가했다.
스미는 “지바 롯데와 사사키 팬들이 화를 낼지도 모르겠지만 올해 사사키는 실망스럽다. 지난겨울부터 계속 기대를 했고, 시속 165km는 빵빵 던질 줄 알았는데 작년보다 떨어졌다. 보통 같으면 구속이 더 올라가야 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몸도 커지지 않았고, 던지는 방법도 나빠지고 있다”며 기량이 퇴보했다고 지적했다.
사사키는 올 시즌 13경기에서 77이닝을 던지며 6승4패 평균자책점 2.45 탈삼진 91개를 기록 중이다. 9이닝당 탈삼진 10.6개로 여전히 정상급 구위를 뽐내고 있지만 평균자책점은 극단적인 투고타저 리그인 일본에서 아주 특출난 수준은 아니다. 규정이닝 기준으로 양대리그 합쳐 14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잦은 부상으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쉽다. 지난 5월24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전을 마친 뒤 피로 회복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어 6월8일 히로시마전을 마친 뒤 오른팔 피로 증세를 보여 두 달 가까이 공백을 가졌다. 이닝 제한 없이 풀타임 시즌을 기대했지만 올해도 일찌감치 규정이닝이 물건너갔다.
이달 초 돌아왔지만 복귀 3번째 경기였던 지난 15일 니혼햄 파이터스전에서 강습 타구에 오른쪽 발목을 맞고 1⅓이닝 16구 만에 교체되는 불운도 겪었다. 이어 22일 니혼햄전에 정상 등판했지만 6이닝 6피안타 5볼넷 8탈삼진 4실점 패전을 안았다.
지난겨울 구단에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고, 이에 대한 아쉬움인지 스프링캠프 직전 지각 연봉 계약을 했다. 일본야구선수회도 탈퇴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겨울 내내 잡음을 일으켰다. 사사키를 향한 야구계와 팬들의 시선이 곱지 못한 상황에서 올 시즌 기대 이하 성적을 내자 비판 수위도 높아져 가는 분위기. 스미는 “계약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가만히 있어도 몇 년 안에 수백억엔에 계약할 텐데 굳이 지금 해야 할 이유가 뭔가?”라며 조기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사사키의 행보에 아쉬워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사키가 올 겨울 다시 포스팅을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미국 언론에서 나왔다. ‘ESPN’ 저명 기자 제프 파산이 28일 오프시즌 FA 시장을 전망하면서 사사키에 대한 내용을 다룬 것이다.
파산 기자는 국내외 소식통을 바탕으로 사사키가 지난겨울 포스팅 신청 거부 건으로 인해 구단과 관계가 악화됐고, 팀을 떠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시즌을 마친 뒤 지바 롯데 구단에서 사사키의 포스팅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11월 중순쯤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만약 사사키 포스팅이 허용된다면 25세 미만 선수라 국제 아마추어 선수로 취급돼 계약 규모가 제한적이다. 선수는 최저 연봉을 받아야 하고, 소속팀의 포스팅 이적료도 그만큼 적어진다. 23세였던 2017년 시즌 후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포스팅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경우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등 5년간 기여도가 높았지만 2021년 1군 데뷔 후 한 번도 규정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사사키의 경우 팀에 더 보답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올해 성적 부진으로 인해 이 같은 여론이 일본 내에서 뒤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올 시즌 사사키의 성적에 대한 평가는 미국과 일본의 시선이 엇갈린다. 일본에선 ‘발전이 없다’는 혹평이 나오지만 파산 기자는 ‘커리어 최악의 시즌이지만 여전히 엘리트 기록을 내고 있다. 100마일 패스트볼과 파괴적인 스플리터로 스카우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평가자들은 여전히 사사키가 세계에서 가장 재능 있는 투수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면을 부각했다.
‘시즌 초반 오른팔 부상으로 결장하기도 했다’며 우려되는 요소도 짚은 파산 기자는 ’만약 사사키가 포스팅을 한다면 각 팀마다 국제 계약금 상한액 차이가 미미하기 때문에 돈에 의해 영입 여부가 결정되진 않을 것이다. 올 겨울 가장 흥미로운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경우 30개 팀 모두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일 것이다’며 치열한 쟁탈전을 전망했다.